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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2011. 3. 16. 17:42 | Posted by 슈니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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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고통스러웠다. 그 고통은 막연히 "그래, 너 힘들었겠다"라는 동정과 이해에서 우러나온 고통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잊은 줄 알았으나 저 기억 어디엔가 남아있던, 내가 "직접" 경험했던 상처들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당시에 "어른이 되면 괜찮아"라는 말 외엔 뾰족한 해결책을 얻지 못했고, 결국 우야무야 상처들을 잊고, 외면하며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해결 된 것은 하나도 없다. 단지 기억 저편으로 지워버렸을 -지워버렸다고 애써 세뇌할- 뿐이다. 그 상처는 어른이 되어 또 다른 화살로 다듬어지고, 더욱더 정교하고 날카롭게 서로를 괴롭히는 독화살이 되었다.

어른의 눈으로 학교 내부의 문제를 보면
여전히 현재 10대들도 마찬가지의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을 인식하며 생긴 고통, 그 먹먹함이 내 머리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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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군만두

2011. 3. 16. 17:39 | Posted by 슈니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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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발견해서 섬뜩했다.
백화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오면서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일명 "군만두"라는 아이.
...내가 그정도로 예쁘단 건 아닌데-_-;;;


"군만두" 는 자신보다 예쁘고, 더 잘 꾸미고, 돈 많은 여자를 동경한다면
나는 털털하고 어딜 가든 잘 묻혀서 어울려 노는 여자를 동경한다는 거다.

그러나 나도.. 좌파가 되지 않았으면 군만두같이 되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두려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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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동안 겪은 일본, 규슈 지방은...

2011. 3. 16. 17:36 | Posted by 슈니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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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동안 겪은 일본, 규슈 지방은...

#. 의사소통

영어간판이나 안내서가 극히 드물다.
허나,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여 일본어를 전혀 못해도 큰 어려움이 없다. 내가 온갖 바디랭귀지로 표현을 하는 동안 묵묵히 기다려주고, 약 70%의 일본인들은 내가 길을 물어보았을 때 자신이 가는 길과 달라도 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다. 한 버스기사는 내려서 나의 다음 환승센터를 알려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한자를 알면 확실히 편하다 -


#. 버스

버스가 설 때까지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버스가 안전히 정차한 후에야 다들 느릿느릿 일어나서 내리기 시작한다.
규슈지방이 원체 길이 안 막혀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도 결코 지체되는 일이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하물며 버스정류장에서도, 내가 탈 버스가 오면 슬슬 탈 늬앙스를 풍겨야 버스가 서는데,
일본에서는 사람이 있던 없건 정류장에 무조건 선다.

이렇게 안전한 방법을 왜 한국에서는 하지 못할까 싶다.


#. 패션

딱히 일본인들이 패셔너블한지 잘 모르겠다. 모자를 쓴 사람이 많고 화려한 색감의 구두가 많은게 한국과의 차이점이지만, 결국 그들끼리 다 비슷하다. 원색적인(-내 눈엔 쫌 촌스러운-_-;) 색감이 많아서 나에겐 별로 끌리는 것이 없었다. - 고로, 일본에서 모자/레인부츠/레인코트 구매는 실패로 끝나버림, -

양산의 경우, 99%가 올!블랙컬러의 양산을 들고 다닌다. 보기만 해도 우울하다. -_-


#. 까마귀

한국에 비둘기가 있다면 일본에는 까마귀가 있다!
까마귀는 부리도 까맣고 크며, 덩치 자체가 비둘기보다 훨씬 커서 매우 무섭다.
동생 말에 의하면,
예전에 도쿄역에 누가 뛰어내려 자살한 일이 있었는데, 그 뒤로 한동안 그 역 상공에 까마귀떼가 날아다녔다고 한다.
피 냄새......를 맡은 건가. ㄷㄷㄷ

비둘기는 귀찮지만, 까마귀는 무섭다. 흙흙


#. 자전거

일본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자전거인구가 많다.
넥타이 매고 자전거 타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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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영화관 방문기

2011. 2. 5. 17:43 | Posted by 슈니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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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보았다.

아침에 인터넷으로 상상마당 시네마를 검색했는데 ‘당일 예매가 불가능한 극장입니다’라고 나와서 김이 샐 뻔! 했다가, 알고 보니 당일 '온라인' 예매가 불가능한 거란다. 가서 표 사면 된다고... 영화 사전 예매를 안 해봐서요;;


그 비싸다는 리치몬드 과자점에서 초콜릿 몽블랑 하나 사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커피숍에서 Take-out 커피 한잔 사들고, 여유롭게 영화 시작까지 기다.............리려고 했으나 몽블랑이 내가 생각했던 그런 폭신폭신한 과자가 아니고, 한번 씹을 때마다 크런치 덩어리 우거적 우거적 씹는 소리 나면서, 먹는 거 반, 가루로 떨어지는 거 반, 이래가지고 몽블랑을 커피에 곁들여 달콤하게 섭취하는 행위는 포기..................하고 커피만 홀짝댔다.


영화관에 비치된 책을 뒤적거리다가 곧 시작한다고 해서 들어가는데, 상상마당이라 그런지 나처럼 혼자 영화 보러 온 사람이 많았다. 행여 내 시야에서 커플이 똑바로 안 앉고 대각선의 불량한 자세를 하고 있는 걸 발견하면 영화에 집중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영화-라기보다 다큐에 가까웠던- <쿠바의 연인>은 기대했던 것만큼 괜찮았다. 매우 즐겁거나 감동이 있는 건 아니지만, 소소한 웃음과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였다. 혼자 영화를 봐서 그런지, 영화와 내가 1:1로 교감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옆에서 같이 보는 친구가 웃어서 같이 눈 마주치며 따라 웃거나 하는 것 없이, 오로지 나 혼자만의 감정으로 영화에 반응했다.


종종 ‘이 크런치 소리나는 몽블랑 대신 부드러운 타르트를 사왔더라면 지금쯤 먹어줬을텐데’ 정도의 잡생각도 하면서, ‘저 사람도 혼자 왔을까’ 하는 딴생각도 하면서, 여러명이 같은 목적으로 모여있지만 스크린과 교감할 뿐인 이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생각도 하면서, 영화 끝에 그들이 결혼할 때는 눈물 콧물을 훌쩍대기도 하면서 시간이 훌쩍 갔다.


혼자 영화보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달콤했다. 왜 이런 걸 진작 못 해봤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동안 집에서 다운 받아서 혼자 보는 건 많이 해봤지만 영화관에서 혼자 보는 건 그것과 많이 다른 맛이 있었다.


연애할 때도 나는 영화를 별로 안 보는 편이었다. 만나면 대화하고 싶고 얼굴 보고 싶은데, 영화를 보면 그럴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영화관에 간 것도, 추석 때 사촌동생들 데리고 나가 놀다 오라는 임무를 받았는데 할 게 너무 없어서 <무적자> 보고 들어온 거였다.


가만 보면, 그동안 영화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보기 위해 돈 쓰는 것에 좀 인색했다. 맨날 술이나 먹고...

그래, 새해에는 문화생활도 좀 하자꾸나.


(근데 오늘 쓴 글은 '문화'생활이 아니라 문화'생활'을 한 듯한 글이군. -_-)


영화평도 조금 써보자면-;

남주인공(쿠바인)의 두 가지 말이 인상 깊었다.

자신을 교화시키려고 기독교 성경을 주입시키는 한국인 장모님에 대해서 ‘그녀 나름의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을, 그녀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에게 주려고 하시는 것이겠지요...’ 라고 그녀를 이해하려고 했던 말, 그리고 어떤 한국인이 ‘당신은 사회주의자인가, 자본주의자인가, 공산주의자인가’ 라고 물었을 때 ‘난 뭐로도 규정짓기 싫어, 그냥 세상을 사는 사람이야, I love life~' 라고 했던 말... 마치 내가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을 지향하지만 페미니스트로 규정되기는 싫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페인트칠 하다 말고 춤추는 쿠바인들의 느긋함, 여유로움? 혹은 게으름.
한국에서 저랬으면 바로, 해고! 일텐데.ㅋㅋ

아... 근데 나는 요즘, 
빠릿빠릿하게 살면서 살아남느냐, 베짱이처럼 살면서 도태되느냐의 기로에서
차라리 도태되도 좋으니 베짱이가 되고 싶다고 꿈을 꿉니다. 많이,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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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팥쥐는 허구야

2011. 1. 3. 22:10 | Posted by 슈니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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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층에서 청소하는 아저씨 비오는데.

 

비 올 때면 여김없임

2 여자 임원 생기니까 여자도 하면 되는데 나는 안 된다 이런생각

3 잡지에 광고홍보회사 뭐 이런 거 나오는데 나는 내 직업 역할 뭐로 할  수 있을까

역할이라도.

4 많은 고위 인터뷰이들조차 서울 주공아파트 뭐 이런 .,울회사는 분명 문제가 있음 죄다 강남

#. 성격도 순하고 평소에 차림새도 수수한 편인 한 직원이,

알고보니 꽤.... 심한 부자의 자제였다.


대화중이던 이 왈, "부잔데 완전 착하기까지하고, 정말 다시봤어. 감동이야"

그럼 원래 부자는 나쁜  Default 인가? 별 게 다 감동이다.

생각해보니, 이 사람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

 

가난하면 <오직, 그대만이>의 한효주 처럼 '달동네이지만 늘 미소천사'이며 '츄리닝만 입어도 간지나는 마른 몸매' '화장기 없이도 맑고 깨끗한 피부'가 되어야만 하고...

사실 바로 우리 주위에 있는 가난한 이들이 아득바득 조금이라도 더 잘 살겠다고 달려들면 '못 배우고 자랐다' '독하다'고 하면서.

부자는 옷만 좀 수수하게 입어도 ".." 니 이건 뭔 생뚱맞은 소리야?

솔까말 부자라고 성격이 다 '' 순하겠니. '' 순해도 부자면 용서가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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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익숙함이 다른 누군가의 충격으로..

2010. 12. 26. 22:47 | Posted by 슈니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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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본격적으로 인민의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어느 농장에서의 광고사진 작업 중에 일어난 한 사건 때문이었다. 코르다는 농장에서 한 소녀를 발견하였는데 그 아이는 작은 나무토막을 안고 있었다. 코르다는 그 나무토막이 어떤 용도인지 궁금했으나 놀란 아이는 도망가며 나무토막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아이야 울지마.” 그 나무토막은 소녀에게 인형이었던 것이다. 코르다는 이 상황에 큰 충격을 받는다. - 출처:http://foog.com/2755#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무토막 인형을 안고 있는 소녀, 알베르토 코르다(Alberto KORDA, 1928-2001)


코르다는 이후 본격적으로 사회주의 진영의 사진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유명한 체게바라의 사진도 찍게 되었고 말이다.


#.
요즘에 <시크릿가든> 을 보는데, 극 중 김주원(현빈)이 길라임(하지원)에게 하는 대사가 충분히 현실성이 있어보인다.

버스비가 70원 아니냐고 했던 정몽준 국회의원도 있지 않았던가? 사실 그는... 택시 기본료나 기름값도 잘 모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사와 비서가 다 알아서 해줄텐데. 몇조에서 몇백만원이야 은행 이자값이잖아.

다만 <시크릿가든>의 유일한 비현실적인 설정은, 월세 30만원짜리에 사는 길라임이 그렇게 곧고 딱 부러지면서 예쁘기까지 한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거다. (물론 길라임이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지만 김주원에게만 그렇지 않은건 또 뭐야?)


#.
절대적인 빈곤은 모두가 노력해서 개선시킬 여지가 있지만
상대적인 빈곤과 박탈감은... 못살겠다 들고 일어나는 혁명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몸부림과 혁명의 조짐이 눈 앞에 다가왔음을 종종 느끼는 것은.
투표율 절반도 안 나오는 나라에서 시사지를 지나치게 많이 보는 내 기우인 걸까?

상대적인 빈곤이 1세대.. 2세대.. 3세대. 그리고 부동산과 주식과 IMF 로
바닷길 갈라지듯이 생사가 제대로 나뉘었고
그 뒤로 4세대까지 넘어오면서 요즘 우리 또래의 현실을 보여주는 게 <시크릿가든>이라고 느껴졌다.

김주원이 길라임의 집을 보고 충격 받은 것처럼,
현실에서는, 쿠바에서 코르다가 나무를 인형처럼 곱게 안은 소녀를 보고 충격받았고

그리고 나는... 내 월급 이상의 돈을 하루치 술값으로 쓴 회사 어르신네들을 보고 충격받았다.


#.
"그들"과 "우리"는, 연봉의 차이도 10배가 넘는데, 연말에 받은 보너스는 50배가 넘게 차이났다.
내가 초 중 고 통틀어서 공부를 못한 탓이고, 대학에서 그럴듯한 "-사" 자격증 하나 못 가진 탓이고, 그러니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 이 모든 건 내 탓일까?

"그들"은 번 돈을 마음대로 쓸 자격이 있고,
"우리"에게 반말을 하고 부려먹을 자격이 있고,
"그들"의 자녀는 등록금 1000만원이 넘는 유치원에서 어릴 적부터 황제 취급을 받으며
그나마 국공립어린이집도 겨우 다니는 "우리"의 자녀들이, 부모 잘못 만난 탓을 어릴 적부터 인지하도록 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심지어,
그들이 낭비하는 수도, 전기, 환경오염, 배기가스에 대한 책임은
정부의 "우리나라 자원을 아낍시다"하는 알량방구로 "우리"에게 책임방기할 수 있다.



#.
애초에 첫단추를 잘못 낀 네 업보이니, 그야말로 부모 잘못 만난 탓이니,
그냥 이대로 살라고 한다면. 그냥 죽은것처럼 살라고 한다면.
어차피 죽을 거 말이다. 억울하게 혼자 죽진 않을 것 같다.
이런 마음들이 시뻘겋게 끓어올라 혁명이라는 폭발물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하루에도 몇번씩, 낙하산으로 들어와서 아무런 굽신거림 없는 그들을 보며 비참해진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에 충격을 거듭 받는다.


#.
하지만. 그 충격을 슬픔으로 가져가지 말고
생산적인 에너지로 -KORDA 처럼- 발휘하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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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에서 영어몰입교육의 일환으로, 초등학교에 정교사 외에 영어젼문강사를 배치했다. 2년 전 영어젼문강사를 뽑기 위한 시험이 있었는데, 이 시험에는 초등임용에 수차례 떨어졌거나 기간제로 초등학교에서 일하던 교사들이 대거 지원했고, 어지간해서 T.O가 나지 않던 초등학교 교사 자리에서 무려 한 개 학교 당 한명 이상의 자리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일순간 청년실업의 비율을 낮추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영어젼문강사는 4년제 비정규직이고, 그나마 첫해에는 교육청 직접고용 후 각 학교로 파견하는 형태였으나 2011년부터는 각 학교에서 재량으로 채용하라고 했단다.

우리 엄마는 그동안 복지관과 학교 방과후 활동, 학원 등에서 강사로 활동했지만, 늘 불안정한 고용상태, 사회적 체면에 대한 콤플렉스가 컸다. 그러던 차에 이 자리는 엄마에게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교대 출신의 20대 젊은이들과 겨루어 당당하게 영어젼문강사 시험을 통과했다.


그렇지만 MB정책에 구멍이 얼마나 많은지, 엄마의 1년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모든 영어젼문강사들은 자신도 “선생님”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었다. 학교에는 이들의 책상도, 컴퓨터도 없었다. 학교 입장에서 이들은 ‘방과 후 외부강사’가 낮시간에 와있는 것뿐이었다. 대부분의 영어젼문강사들은 ‘기간제 나부랭이’보다도 못한 한직 대접을 받았단다. 기간제는 학교 체육대회나 소풍이라도 같이 가는데 영어젼문강사들은 수업시간 때만 있을 뿐이고, 두 학교를 뛰는 강사의 경우에는 점심조차 못 먹고 이동할 때도 있다고 한다.



엄마도 두 학교를 배정받아서 늘 무거운 노트북과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돌아다녔는데, 내년 재계약 기간이 다가옴에 따라 한 학교의 교장과 면담을 했단다. 엄마가 책상이 없어 힘들다고 했는데, 교장은 흔쾌히 놓아드리겠다고 해서 몇몇 사람들이 엄마 책상을 둘 자리를 보고 그랬나보다. 그런데 평소, 엄마를 아니꼽게 본 30대 초반의 여선생들이 ‘내년에 5학년만 맡아서 5층에만 있을 건데, 3층에 책상을 뭣하러 놓느냐’고 시비를 걸다가, 결국 엄마가 다른 학교 강의를 나갔을 때 책상 설치 안 하는 것으로 결정났다고 한다.


그동안도 각종 공문을 써야 하는데, 엄마에게 기본 포맷도 안 주고 ‘알아서 써라’라고 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나마 이 “영어젼문강사 커뮤니티”가 있어서 거기에서 서러운 점도 많이 토로하고 자료의 도움도 많이 받는데, 웬만한 부장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은 엄마의 시련은 약과란다. 자기 일도 아닌데 시키고, 대놓고 무시하고 시비걸고... 그래서 상당수가 한학기만에 관두었고, 이번에 재계약 안하는 사람이 절반은 될거란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교사’라는 대접조차 못 받는 암울한 이 제도의 한 가운데에 우리 엄마가 서있다. 엄마는 그나마 4년정도 일하면 정년 나이이기 때문에 상관없다. 하지만 거의 모든 영어젼문강사들은 앞길이 창창한 20대 중후반이고, 이걸 관두면 다시 초등임용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왜 그리 정교사들의 텃세가 센지는 모르겠지만, MB정권에서 영어몰입교육 제도 시행하고 채 1년도 안되서 고름이 철철 넘쳐나니 하늘이 곡할 노릇이다.


헌데, 내가 “교사들이 영어젼문강사에게 뭐가 불만인지 모르지만, 있으면 교육청 가서 말하라고 하지 뭐?”라고 했더니, 엄마 왈 “그럼 싸움밖에 더 되냐?” 란다. 그럼 지금은 싸움이 아니야? 그렇게 교사와 강사 사이에서 신경전만 벌일 것이 아니라, 요구할 게 있으면 교육청 가서 얘기해야지 말이다.


자꾸 그 교사들 욕만 하고 앉아있길래, “그런 일인지 모른 엄마 잘못이지. 세상이 그런거잖아? 교육청에 요구도 못할 거라면 참고 다녀야지 안 그래?” 하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정책의 탓을 하면 바로 좌파색깔이라며 경기를 일으키는 엄마에겐 "정책의 잘못이 없다면, 무식해서 비정규직밖에 못하는 당신 탓이야. 억울하면 정교사 하지?"라는 말 말고는 답이 안 나오지 않는가, 하아... 나도 참...

어렵게 채용된 강사들이 교사의 꿈을 채 펼쳐보기도 전에, 허술한 정책에서의 등쌀에 휘말려 1년만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정교사 시험에 다시 도전한다고 한들, 이들의 지난 1년은 ‘배운 1년’이 아니라 ‘소모한 1년’이 될 것이고, 학교에 질려버린 이들은 차라리 학원가가 더 대접받는다며 학원으로 눈을 돌린다.


영어젼문강사들도 다들 들고 일어나야 할뿐더러, 교사들도 뭔가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 그걸 강사들한테 시비 걸고 할 것이 아니라 교육청에 가서 항의 해야지!


아이들에게는 법치고 민주주의고 도덕이고 가르치면서 어쩜 그러냐...

갓 사회에 진출하는 20대들이 이렇게 자기밥그릇 가지고 싸우느라 뜻도, 꿈도 펼쳐보지 못한채 무수히 사그러진다. 이 나라의 앞길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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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갑' 노릇하기는 너무 어려워~~

2010. 11. 11. 16:51 | Posted by 슈니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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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상, 외부업체와의 거래에서 나는 주로 '갑' 이다. 그런데 나는 다들 아시다시피 회사에 대학생 때 입던 옷들 중 후드티와 청바지 빼고 다 입고 다니고 있고, 화장도 하나도 안해서 절대 회사원처럼 보이질 않는 편이다. 보통 어린 사원들은 약간 나이들어보이게 하는게 안 만만해보인다는데, 나는 내 업무나 하면 됬지 외관에서 만만해보인다/안 만만해보인다로 일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걍 신경 끄고 산다.

그런데 '갑'의 입장에서 '을' 어르신들 대하려면 참 민망하다. 밖에서 만나면 나보다 다들 어른인데, 나에게 잘 보이려고(?) 굽신굽신 하는 걸 보면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래서 나는 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그들에게 편안하게 대했다. 못 해봐야 얼마나 못하겠어, 이거면 ok 입니다. 네네, 괜찮습니다. 이렇게 1년 반 넘게 지내왔는데, 최근 약간의 삐그덕거림이 생겼다.


나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신 건지, 내가 뭐 달라고 2번을 말했는데 3번째에 전화해서야 주면서 별로 미안하다고도 안 했다. 나보다 좀 더 무서운 '갑'들 꺼 챙기느라 이런 건가? 내가 매번 '네', '괜찮습니다' 했더니, 이거, 이럼 안되잖아?


나는 그들이 갑-을 에서 맨날 '을'만 하기 때문에 피곤할 것 같아서 나 대할 때만이라도 좀 편안하시라고 그랬던 거다. 여름에도 긴 팔 정장 입어야 할 정도로 엄격한 모 회사 직원과 만날 때고, "저 만날 땐 편하게 입으세요" 하고, 얼마 전에 완전 추운데도 긴 팔 정장 딸랑 하나 입고 왔길래 "아휴 저 만나실 땐 코트 입으셔도 되는데.." 했다. 은행에서도 은행원에게 사적인 통화 걸려오면 "통화 하세요" 하고 기다려주는 편이고, 어디서든 나는 "날 만날 때라도 잠시 쉬는 마음을 갖게 하자"는 나름의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편하게 대하는 것과 일을 소홀히 하라는 것은 아닌데, 몇몇의 '을' 업체가 그걸 헷갈려하고 있다. 이럼 결국 나는 내 윗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최대한 저가에 뽕을 뺄만큼 빼야 하는데 내가 그걸 제대로 안 하는 거니까 말이다.


어떤 '을'업체는 담당자가 나로 바뀌는 과정에서 교묘하게 '서류 완성되시면 우편 부쳐주세요' 라고 했다. (원래는 매번 찾으러 왔었다는데 말이다.) 나중에 전 담당자분이 알게 되서 시정했지만, 그 '을' 업체 담당자에게 좀 불쾌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갑이던 을이던, 서로 어떻게 피빨아먹을지만을 궁리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하지만 이런 게 회사지. 별 수 있나. 안타까움을 느끼는 내가 더 못나보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회사랑 NGO 랑 구분하지 못하고 말이다. 에휴,,, 너무 늦어,, 나의 회사 적응력은 '엉금엉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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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TOUCH 한다고 다 성희롱은 아니야,

2010. 11. 11. 16:25 | Posted by 슈니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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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지하철 기점에 가까운 끝자락이여서, 난 항상 지하철에 타자마자 1-1 문가 벽에 기대 서있는다. 이 자리를 지키고 서있어야 출근인파가 쓰나미처럼 들어왔다가 나가는 재난상황에서도 용케 밀리지 않고 살아남는다. 자칫하면 나와 30cm 이상 차이나는 키큰 사람의 가방에 내 얼굴이 파묻힐 수 있고, 나보다 쪼매 키 큰 사람들(거의 대부분;;;)의 기침과 트름이 혼재한 아랫공기를 다 마셔야 한다.
고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내 자리는 항상 여기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


오늘도 여김없이 1-1 문가에 서서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다리 사이로 뭐가 쑥 들어갔다 나갔다. 하필이면 날씨 좀 풀렸다고 발랄하게 치마 입고 나왔는데 이게 뭥미? 상황을 살펴보니, 어떤 청년이 핸드폰을 떨어뜨렸는데 배터리 뚜껑이 열리고 산산조각; 까진 아니여도 여하튼 배터리가 내 다리 뒤로 날라갔는데, 내가 문가 벽에 딱 붙어있다보니 내 다리 뒤에서 꺼낼 생각을 못하고 다리 사이로 손을 쑥! 넣은 것이다. 사실 나는 상황 파악이 되고 나니 별로 당황스럽지 않았는데, 그 청년이 너무 당황하여 나에게 "죄송합니다"를 무려 3번이나 남발했다. 핸드폰 배터리부터 끼시지.. 내가 "무슨 짓이야!" 하고 경찰서 데려갈까봐 겁이라도 났나? 폰을 떨어뜨려서 당황한 것도 있겠지만, 표정이 너무 굳어서 내가 오히려 "저 진.짜. 괜찮은데요" 할 뻔했다.

내가 음악을 안 듣고 있었다면, 핸드폰 떨어지는 소리도 들었을테고 (아침 출근지하철은 단체기합 받을때처럼 완-존 싸하고 적막하니까..) 내가 먼저 주어줄 수도 있었을테다. 단지 음악 듣느라 그 상황을 좀 늦게 깨달았고, 처음에 그 사람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쳐다봐서, 그 사람이 더 당황한 것 같다.



예전에 친구들과 대중교통 이용시에 발생하는 성희롱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한 남자친구는 마르고 선한 인상이었고 한 남자친구는 키도 크고 우락부락(?)까지는 아니어도 결코 약해보이지 않은 인상이다(<- 곰곰 입니다...-_-;;;;ㅋㅋ)

그러나 둘은 인상에 상관없이,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지하철 탈 때 여자들 옆에 서면 긴장한다고 했다. 반드시 손잡이나 가방끈을 잡고 있는다던지, 웬만하면 여자들 옆에는 바짝 붙지 않는 것이 그 둘의 대처법이었다.


나와,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자친구들은 모두 "너무 긴장하지 말아라" 라고 했다. 우리의 공통된 의견은, 무조건 TOUCH 한다고 해서 다 성희롱이라고 하진 않는다는 거다. 만약 누군가 이상한 TOUCH 를 해오면 1) 제일 먼저 그 사람을 쳐다본다. 그럼 단박에 이게 고의인지 실수인지 알 수 있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종종 TOUCH해놓고 모르는 남자사람도 있다. 그럼 2) 그 상황을 본다. 이게 그 사람이 이리저리 지나가던 중에 실수로 친 건지, 아님 쳐놓고 딴청하는건지.

남자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아냐'고, '고의로 TOUCH 한 후, 실수였던 척 사과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했지만 여자들 대부분이 고의적 TOUCH 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알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고의로  TOUCH 한다는 자체가 여자사람을 우습게-_- 여기는 몰상식한 넘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정에 "어머 어떡해요 실수였어요"라고 연기하지도 않는다.

고로,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굳이 여자사람을 TOUCH하지 않고자 기쓰고 애쓸 필요까진 없다.
밧뜨! 어쨋거나 현실은 남자사람=잠재적 가해자, 여자사람=잠재적 피해자로 보는 부분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 긴장하는 것은 서로를 위하여 좋을 듯 하다.

시각장애인에게 어느정도 반경을 두고 비켜주며,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듯, 다른 성별끼리는 어느 정도 서로 배려하는 것도 좋다는 말이다.

같이 생활하는 공통기반이 늘어나는 만큼, 각기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배려해주기,, 지하철 여성전용칸도 "일부"대안은 될 수 있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론과 체계보다 배려와 인내하는 마음을 수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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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칼퇴근에도 봄은 오는가

2010. 10. 1. 17:49 | Posted by 슈니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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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칼퇴근에도 봄은 오는가



개시(?):오디



지금은 월말
빼앗긴 칼퇴근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손에 문서를 들고
푸른 복사기 푸른 파티션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복도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과장님아 대리님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끄을었느냐 누가 시켰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동료사원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시도 지체마라 추가요청서류을 흔들고
친구들은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술집 안에서 어서오라 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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