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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는 세상 속에서 마음 단단하게 살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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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갑' 노릇하기는 너무 어려워~~

2010. 11. 11. 16:51 | Posted by 슈니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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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상, 외부업체와의 거래에서 나는 주로 '갑' 이다. 그런데 나는 다들 아시다시피 회사에 대학생 때 입던 옷들 중 후드티와 청바지 빼고 다 입고 다니고 있고, 화장도 하나도 안해서 절대 회사원처럼 보이질 않는 편이다. 보통 어린 사원들은 약간 나이들어보이게 하는게 안 만만해보인다는데, 나는 내 업무나 하면 됬지 외관에서 만만해보인다/안 만만해보인다로 일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걍 신경 끄고 산다.

그런데 '갑'의 입장에서 '을' 어르신들 대하려면 참 민망하다. 밖에서 만나면 나보다 다들 어른인데, 나에게 잘 보이려고(?) 굽신굽신 하는 걸 보면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래서 나는 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그들에게 편안하게 대했다. 못 해봐야 얼마나 못하겠어, 이거면 ok 입니다. 네네, 괜찮습니다. 이렇게 1년 반 넘게 지내왔는데, 최근 약간의 삐그덕거림이 생겼다.


나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신 건지, 내가 뭐 달라고 2번을 말했는데 3번째에 전화해서야 주면서 별로 미안하다고도 안 했다. 나보다 좀 더 무서운 '갑'들 꺼 챙기느라 이런 건가? 내가 매번 '네', '괜찮습니다' 했더니, 이거, 이럼 안되잖아?


나는 그들이 갑-을 에서 맨날 '을'만 하기 때문에 피곤할 것 같아서 나 대할 때만이라도 좀 편안하시라고 그랬던 거다. 여름에도 긴 팔 정장 입어야 할 정도로 엄격한 모 회사 직원과 만날 때고, "저 만날 땐 편하게 입으세요" 하고, 얼마 전에 완전 추운데도 긴 팔 정장 딸랑 하나 입고 왔길래 "아휴 저 만나실 땐 코트 입으셔도 되는데.." 했다. 은행에서도 은행원에게 사적인 통화 걸려오면 "통화 하세요" 하고 기다려주는 편이고, 어디서든 나는 "날 만날 때라도 잠시 쉬는 마음을 갖게 하자"는 나름의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편하게 대하는 것과 일을 소홀히 하라는 것은 아닌데, 몇몇의 '을' 업체가 그걸 헷갈려하고 있다. 이럼 결국 나는 내 윗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최대한 저가에 뽕을 뺄만큼 빼야 하는데 내가 그걸 제대로 안 하는 거니까 말이다.


어떤 '을'업체는 담당자가 나로 바뀌는 과정에서 교묘하게 '서류 완성되시면 우편 부쳐주세요' 라고 했다. (원래는 매번 찾으러 왔었다는데 말이다.) 나중에 전 담당자분이 알게 되서 시정했지만, 그 '을' 업체 담당자에게 좀 불쾌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갑이던 을이던, 서로 어떻게 피빨아먹을지만을 궁리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하지만 이런 게 회사지. 별 수 있나. 안타까움을 느끼는 내가 더 못나보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회사랑 NGO 랑 구분하지 못하고 말이다. 에휴,,, 너무 늦어,, 나의 회사 적응력은 '엉금엉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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