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만든 신용카드는 분명, 연회비 안 나가는 걸로 합의하고 가입했던 것 같은데 오늘 명세서에 연회비가 찍혀있었다. 근데, 전화해서 항의하니 바로 별 말 없이 돌려줘서 더 놀랐다. 문서 상으로 연회비 없다는 것도 남겨두지 않았고, 카드 안내서에는 연회비 2만원이 나와있었기 때문에 그 쪽에서 안 된다고 하면 솔직히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작년 통화내용 녹음되어있지 않냐"고 할 수도 있고 이래저래 따지면 되었겠지만 너무 순순히 돌려받았다.)
항의 안 하는 사람한테는 순순히 받고, 나 같은 사람한테는 걍 적당히 돌려주고 그러나보다. 연회비는 면제도 혜택도 할인도 많은 항목이라 그런지, 뭐 받으려면 다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연회비도 아니니까 뭐.
#. 회사 거래처 은행에서 주로 대하는 직원과, 서로 상부상조 하는 차원에서 그 은행 신용카드만도 한 4번인가 가입-교체-해지를 했다, 아니 해주었다. 그 때마다 연회비는 다 그 쪽에서 내주었고, 심지어 밥도 얻어먹었다. (주로 대하는 직원들이 다 내 정도의 말단사원들이라 이런 실적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고 함)
그런 걸 보면, 내가 연회비나 카드혜택 받는 것보다, 이들이 얻는 실적과 수익이 훨씬 크긴 한 거다. 그런 생각 하면, 내가 혜택 받는 게 다 부질없어 보이기도 하다. 허나, 그런 걸 머리로는 알면서 맨날 카드 해지 하나 제대로 못한다. 이번에도 카드 해지하려다가 연회비 면제해준다는 말에 ‘네.’ 하고 끊었다. 이 신용카드로는 공과금 할인을 받는데, 이게 편하기도 하고 할인까지 되니 자꾸 발목을 잡는다.
아… 다시 전화해서 해지할까? 신용카드 혜택 받는 것은 마치 가난한 이들끼리 100원, 200원 아웅다웅 서로 피 터지게 뜯어내서 결국에 자본가 입에 콸콸 넣어주는 격이지 않나 싶기도 한데 말이다.
음, 근데 공과금은 세금이잖아. 영세상인도 아닌데 뭐 어때. 편의점 같은 데서는 카드 좀 써도 괜찮지 않을까? 대형마트는? 음, 음, 또.. 음.
소비로 인한 말초적인 쾌감 직후 몰려드는 죄책감에 대하여, 그 와중에 함께 오는 몇 푼의 할인은 상당한 자기위안과 합리화를.. 준다.
이런 게 반복되다 보니, 잘 안 쓰는 것들도 꽤 있는데, “한 두어 번”의 혜택 받았던 기억들 때문에 해지를 못하고 있다.
#. 아아-: 결국 신용카드는 그냥 몽땅 다! 문제로군. (그럼 해지해) (카드사에 전화해) (어서) 아니, 잠깐만. 숨도 좀 쉬고. 뭐 급할 건 없잖아? (그러다가 결국 안 할거지) 응, 아마도.ㅠ (뭐가 그렇게 어려워?!) 그… 그래도 정 들었.... 그간 익숙해진 습관이 있는데, 안 쓴 지 1년 될 때 기념비적으로 해지하면 안될까? (뭐, 이런. 말같잖능! 그럼 그냥 그렇게 살아) 아니.. 음.. 시럿. 어렵지만 노력할테야.
이 쯤이면 마이 묵었다 아이가~.
직장생활 고작 4년차에 사치를 해봤음 얼마나 해봤겠으며, 아직도 회사 언니들(심지어 이제는 회사 여후배들) 하고 다니는 화장품과 가방과 옷의 1/10, 아니 1/100도 -_- (그들이 볼때는 "전혀"라고 말할 것임) 안하고 다니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의 가치와는 조금 멀어진 것 같아서 올해는 작심하고 조금씩 노력 중이다.
너무 갑자기 바꾸면, 금방 요요 올까봐 조금씩, 조금씩 바꾸는 중이다.
(..라고 오늘도 나는 카드사에 전화해서 해지를… 안 하고 글을(글 따위나ㅋ)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