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섹 6일차 및 휴가 6일차
간만의 외출을 하려니 설렜다. '목요일에 비온다'는 예보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는데 역시 예보 따위, 믿을것이 못 되! 날은 흐렸지만 비는 안 왔다. 하하 좋아
2년만의 평일 낮 데이트를 즐겼다. 둘만 있는 찻집에서 한낮의 여유를 즐긴 게 너무 오랜만이다. 그것도 내가 이미 회사를 5일째 쉬는 상황이었고 앞으로도 3일을 더 쉴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여유였던 듯 싶다. 1년차 때는 종종 평일에 1일씩 쉬면서 데이트하기도 했지만, 그 때는 늘 "오늘 하루를 알뜰살뜰히 잘 보내야 해!" 하는 압박감이 있었다. 반드시 캐주얼을 사수해야 하는 강박관념도 있었고, 간만의 평일 낮에 해야 할 일들(병원,은행)도 늘 생겼다.
저녁에도 이 미친듯이 행복한 여유로움이 계속 이어졌다. 참좋다와 노래하고 뒤풀이한 뒤에, 막차를 타겠다고 아슬아슬하게 11시 40분에 나왔는데, 버스에서 하나도 졸리지 않았다. 목요일 정도면 이미 피로누적이 잔뜩- 되어, 평소같으면 대충 12시 넘겨서 택시타고 집에 가거나, 버스에서 천근만근의 몸을 가누며 졸면서 갔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역시나 앞 뒤로 휴일이 한 가득이다보니 체력적인 여유가 충분했다. 버스를 4-5번 갈아타서라도 버스요금 1000원대에서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 뿐...
혼자서 3번째의 버스를 타면서(사실 2번에 올 수도 있었는데 한 정거장 놓쳐서 ㅠㅠ) 젊음이 달리 젊음이 아니구나란 감탄을 하며 돌아왔다. 버스 안에서 차창 밖을 구경하면서, 이런 여유가 눈물나게 소중하게 다가옴을 느꼈다.
집에 와서도 계속 내 홀가분함을 보며 감탄,에 또 감탄. 이렇게 편할 수가 있냔 말이다!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발마사지, 아로마마사지, 혹은 비싼 레스토랑의 서비스, 가사도우미, 이런 게 아니라 종종 이렇게 1주씩 쉬어주는 게 아닐까 싶다.
하루 8시간 노동은 너무 무리다. 말이 8시간이지, 점심시간 포함하면 9시간이고, 또 말이 9시간이지, 실제로는 10시간-11시간은 잡아야 한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 포함하고 나면, 날 밝을 때는 내리- 회사에 틀어박혀있는 셈이다.
뒹굴뒹굴 휴가를 5일째 보내면서 새삼, 노동자의 휴가운동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은 회사원들도 1달씩 방학이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대부분의 주위 직장인들을 보면, 시간이 주어져도 놀 줄도 모른다.
주 5일제로 바뀐지 벌써 수어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늙은 넥타이부대들은 토요일에 회사 나가서 신문 보고 농땡이 하다가 집에 가기도 한단다.
젊은 사람들 또한, 애인이라도 있으면 데이트로(사실은 무엇을 소비하며-영화,공연,레스토랑,패키지 여행 등등-) 시간을 보내지만 그마저도 솔로가 되면 전무해진다. 연애는 곧장 결혼으로 이어지고, 개인의 취미나 여가를 가꿀 줄 모른다.
그러다보니, 휴가에 대한 절실함보다는 야근해도 좋으니 급여를 더 올려달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에휴, 이런 사람들이 태반이니... 나는 어디서 운동을 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직장인 대부분은 승진을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생각에, 자꾸 지금의 내 현실을 고쳐지기 보다는 관리자의 입장으로 회사를 본다. 이건 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면서까지도 새우가 고래걱정이나 하고 앉아 있는 격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어떻게 삶을 일구어갈지, 여유롭게 고민하며 살고 싶다.
한주만의 출근을 앞둔 일요일의 나는 마음 한 쪽이 붕 뜬 느낌일 것 같다. 매주 일요일이 그래왔듯이..
힘내자, 힘!